- 니카이시 발렌타인 데이. 이시키리마루는 오래된 칼이었지만, 서양의 일화에서 비롯되어 근래 다시 유행을 타기 시작한 기념일에 대해서라면 잘 알고 있었다. 신사의 신검으로서 지내던 시절, 그 날만 다가오면 유독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기원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늘었기 때문이었다. 나이와 직업을 막론하고 찾아온 신자의 기도를 이시키리마루는 늘 진지하게 들어주...
무덤의 온도 “뭐 하는 거야.” 불쑥 튀어나온 목소리는 스스로 듣기에도 약간 날이 서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사람 하나가 바로 누워도 약간 남을 크기의 커다란 구멍을 파놓고, 스스로 그 안에 들어가 모로 누운 츠루마루 쿠니나가에게 오오쿠리카라는 도저히 상냥한 말투로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텐데도 츠루마루 쿠니나...
(Wrapping in snow - Foxtail grass) 귀신을 쫓는 방법 1. 첫 전투는 산 속에서 벌어졌다. 계절은 겨울의 끝자락이었지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그늘과 헐벗은 나뭇가지 위로는 아직도 하얀 눈이 쌓인 채 얼어있었다. 비탈길 너머에서 우뚝 솟아 있었던 산봉우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약간 흐린 하늘 아래 펼쳐진 산자락이 멀리서 보기에도 ...
雪の日 눈을 뜨고 일어나 장지문을 열면 마루 너머의 풍경이 바로 보였다. 아침부터 장관이었다. 오오쿠리카라는 드문 탄성을 작게 뱉었다. 사니와의 신력이라는 것은 과연 제대로 자동하고 있는듯 싶었다. 칼을 만들거나 고치거나 아니면 부러뜨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시공 속에 떠도는 작은 공간 안에서라면 그는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계절이나 날씨를 바꿀 수 있었다. ...
달 아래의 이야기 모르는 사이 인류는 어느새 달을 점령했다고 한다. 우주선이라는 물체에 각종 동물을 실어 나르는 도전 끝에 사람을 태워 대기권이라고 부르는 것을 넘은 모양이었다. 문장이 확신의 형태로 끝나지 못한 것은 츠루마루 쿠니나가가 무츠노카미 요시유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반절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칼에게는, 그리고 어쩌면 사람에게도 다소 생소...
忘れじの言の葉/ゲーム『グリムノーツ』より(ピアノソロ) 우물 이야기 (上) 한 번 판이 깔리자 분위기는 여름의 온도만큼 쉽게 달아올랐다. 오색의 천이 단단히 바느질 된 둥근 공이 튀어오를 때마다 단도들은 이리저리 뒤엉켜 그것을 쫓았다. 작은 발이 재빠르게 움직이던 바닥에선 금방 흙먼지가 일었다. 임의로 정해둔 ‘골대’, 라는 것을 지키고 있었던 고토 토시로는 ...
(Akiko Shikata - 09. Utakata no Hana) 충정이 자라나는 그믐 부름을 받고 득달같이 찾아온 헤시키리 하세베는 문간을 넘자마자 무릎을 꿇어앉고는, 이목구비의 비율이 좋은 석고상처럼 콧날이 또렷하게 솟아오른 얼굴을 숙였다. 그 행동은 이쪽이 어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일어나 미처 말릴 겨를도 없었다. 상아로 이루어진 몸통에 길다란 용이...
강철은 파도의 꿈을 꾸는가 하얀 모래가 사방에 깔린 곳에 발을 딛자, 눈앞에 푸른 수평선이 펼쳐졌다. 잔잔한 바람에 철썩거리는 파도를 보자마자 단도와 협차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작은 환호성을 입에 담았다. 도다누키 마사쿠니는 노골적으로 들뜬 기색에 초를 치기도 뭣해 심드렁한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 턱을 높게 치켜들었다. 맑은 하늘 위를 흘러가는 두...
녹슨 바늘 날이 좋아 본성의 깊숙한 곳까지 볕이 들던 때는 제 세상을 만난 듯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던 하얀 칼이 웬일로 보이지가 않았다. 오오쿠리카라가 오전만 할당된 말당번을 일찍 마치고 다시 실내로 돌아왔을 때, 주위는 고요하기만 했다. 사람이 모인 곳이라 어쩔 수 없는 수런거림이 간혹 들리긴 했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오오쿠리카라는 일부러 그...
귀걸이의 행방 이곳에는 출진, 원정 등의 이유로 남사들이 본성을 떠날 때나 복귀할 때,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약속한 신호가 있었다. 떠날 때는 북소리, 돌아올 때는 방울 소리를 울리는 것이었다. 주인의 신기가 실린 악기소리는 넓은 본성 안에서도 똑똑히 들렸다. 다만 다친 몸을 누이는 수리실이나 개인 공간으로 여겨지는 각자의 방에서는 혹시나의 휴식을 방해할...
수장의 도리 예상은 적중했다. 히자마루가 전장에서 돌아왔을 때, 밤의 혼마루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두텁게 끼어있던 먹구름이 기어코 일을 낸 것이었다. 굵은 빗줄기는 아무리 봐도 가볍게 그칠 수준은 아니었다. 처마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 중 몇 개는 실내의 빛을 머금고 아주 잠깐 동안의 반짝임을 남기고 사라졌다. 밤이 되면 사물을 분간하기 힘든 히...
잡덕후/1차/2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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